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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겨자씨 비유는 저에게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혼란스럽게 다가옵니다.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마 13:31). 정말입니까, 예수님? 창세 전부터, 성도들과 천사들이 영원히 그리스도를 경배할 하나님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시다니요?

하지만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분명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천국은 실제로 흑겨자(black mustard)라고도 알려진 아주 미세한 씨앗인 브라시카 니그라(brassica nigra)와 같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마 13:32).

흑겨자는 작은 씨앗에서 한 계절 만에 2미터 가까이 자라는 놀라운 식물이지만 잡초입니다. 주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외래종으로, 푸른 잎과 작은 노란 꽃이 빠르게 퍼져 정원이나 길가를 뒤덮어 버리죠. 예수님, 이게 정말 좋은 비유인가요?

저는 오히려 다른 비유가 더 적절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겔 17장 22-24절에 나오는 거대한 레바논의 백향목은 어떨까요? 지금도 레바논 국기에 그려져 있는 이 백향목은 폭 2.5m, 높이가 40m에 이릅니다. “천국은 씨앗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나무로 자라는 레바논의 백향목과 같다”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와닿지 않을까요? 새들이 그 넓은 가지에 깃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테니까요.

하지만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천국을 겨자씨에 비유하셨다고 분명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예수님께서 제 생각대로 하지 않으신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시기 전까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크고 웅장하게 경험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큼만 있어도…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마 17:20, 눅 17:6)는 예수님 말씀에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작은 씨앗이 자라 놀라운 일을 이루는 곳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일을 크고 빛나며 아름다운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성령님은 작은 은혜와 믿음의 행동을 통해 일하시며, 그로 인해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예를 들어, 교회 뒤편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기도하는 작은 손길을 통해 하나님은 외롭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십니다.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와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나누는 일이 그를 다시 예수님께로 이끌 수 있습니다. 매주 잠깐씩 이웃과 얼굴을 익히는 것이 믿음을 나눌 기회를 주기도 하며, 병원에 가는 지인과 함께하는 작은 동행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지 못했던 사람에게 그 사랑을 전해줄 수도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진 비전, 좋은 시설, 탄탄한 프로그램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겨자씨’처럼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부담 없는 친절, 진심 어린 기도,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는 모습…하나님은 이러한 작은 것들을 통해 교회가 사랑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믿음 안에서 튼튼하게 자라도록 도우십니다.

이제 겨자씨 비유에서 "새들이 깃든다"는 표현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 겨자나무에 새들이 깃든다고 말씀하셨을 때, 처음 그 말씀을 들었던 사람들은 아마 의아해했을 것입니다. 새가 잠깐 앉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겨자나무는 그저 키가 큰 잡초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새가 앉는 이미지를 통해 천국이 단순한 잡초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천국은 에스겔서의 거대한 백향목처럼 강인하며, 작은 친절과 믿음의 행동들이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이끌고 그분 안에서 쉼을 얻게 합니다. 이렇게 작은 씨앗들이 자라, 놀라운 일을 이루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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